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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속의 과학

[전통 저장과 발효] 장 담그기 온도와 시간에 따른 발효 변화

by astronaut-world 2025. 11. 9.

장 담그기의 과학적 기초

한국 전통 음식의 핵심 중 하나인 장(醬)은 단순히 오랜 세월 저장된 음식이 아니라, 미생물 발효 과학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장 담그기는 대두를 삶아 만든 메주에 소금물과 천일염을 섞어 일정 기간 숙성시키는 과정으로, 그 안에서 미생물 군집이 복잡하게 작용한다.

특히 온도와 시간은 이 발효 과정의 품질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각각의 조건이 효소 활성도와 향미 성분 형성에 큰 영향을 준다.

장의 종류와 지역별 기후에 따라 적절한 온도와 숙성 기간이 다르며, 이 미세한 차이가 된장·간장·고추장의 개성 있는 맛과 향을 만들어낸다.

[전통 저장과 발효] 장 담그기 온도와 시간에 따른 발효 변화

 

온도 변화가 만드는 발효의 차이

장 담그기에서 온도는 미생물의 성장 속도와 효소 반응률을 좌우한다.

일반적으로 20~25도의 온도는 유익균이 활발하게 활동하기에 적합하며, 이 시기에는 단백질 분해효소와 아미노산 생성효소가 왕성하게 작용해 감칠맛과 구수한 향을 낸다.

반면, 온도가 너무 낮으면 발효가 지연되고, 너무 높으면 미생물의 균형이 깨져 잡균 번식이 일어날 수 있다.

특히 여름철에는 고온으로 인해 산패균과 효모균의 불균형이 생길 수 있어, 온도 조절이 중요하다.

전통적으로 항아리를 땅에 묻거나 통풍이 잘 되는 마당에 두는 이유도 이러한 온도 변화를 자연스럽게 완화하기 위한 조리 과학적 지혜라 할 수 있다.

 

숙성 시간에 따른 화학적 변화

장 담그기 과정에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이 미생물 효소 작용으로 분해되면서 새로운 향미 물질이 형성된다.

이때 숙성 기간은 맛의 깊이와 향의 농도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다.

예를 들어 3개월 정도 숙성된 장은 짠맛이 강하고 향이 날카롭지만, 6개월 이상 숙성되면 단맛과 감칠맛이 어우러진 균형 잡힌 풍미로 변한다.

시간이 충분히 주어질수록 아미노산, 유기산, 펩타이드 농도가 높아지며, 이러한 화합물은 장의 풍미뿐 아니라 항산화 및 항균 효과에도 기여한다.

즉, 장의 숙성 시간은 단순한 기다림이 아니라 분자 수준의 화학 반응 과정이라 할 수 있다.

 

현대 기술과 전통 발효의 조화

현대에는 전통 장 담그기의 지혜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온도 제어 시스템과 발효 제어 기술을 활용해 품질을 안정화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미생물의 활동 범위를 정밀하게 관리하면, 일정한 온도에서 균일한 맛과 향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전통 방식의 항아리 발효가 가지는 미세한 온도 변화와 자연 순환 발효의 풍미는 기계적 제어로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다.

과학적 접근은 이러한 자연적 발효를 보완하고, 장의 균질성·안정성·위생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즉, 온도와 시간의 조화는 전통과 현대 기술이 만나 한국 장 문화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열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