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 과정의 미생물 활동과 가스 생성 원리
전통 발효 음식이 시간이 지날수록 깊은 맛과 향을 가지는 이유는 단순한 숙성이 아니라 미생물이 일으키는 화학적 변화 덕분이다.
발효 과정에서 미생물은 재료 속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을 분해하며 다양한 부산물을 만들어내는데, 이때 자연스럽게 이산화탄소(CO₂), 수소(H₂), 약간의 메탄(CH₄) 등이 생성된다.
특히 젖산발효가 중심인 김치에서는 젖산균이 당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많은 양의 CO₂를 방출한다.
이 CO₂는 김치통이 부풀거나 김치 속에 작은 기포가 생기는 형태로 나타난다.
젖산균의 대표적인 발효 경로 중 하나인 헤테로발효(이형발효)는 젖산, 알코올, CO₂를 동시에 만들어내는 특징을 가진다.
이 때문에 김치 숙성이 중기 이상에 접어들면 기포가 증가하고 뚜껑을 열었을 때 ‘뻥’ 하는 소리가 나는 경우도 있다.
이 과정은 자연스러운 발효의 신호이지만, 온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가스 생성량이 급격히 증가해 맛을 흐리고 산패를 촉진할 수도 있다.
따라서 발효 온도 관리가 중요한 이유는 미생물 활동 속도를 조절하고 가스 생성을 적절히 유지하기 위함이다.
김치 속 가스와 톡 쏘는 맛의 과학
발효 중 생성되는 CO₂는 단순히 부피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김치의 맛에도 영향을 준다.
김치 초기에 느껴지는 가볍고 상쾌한 탄산감은 실제로 CO₂가 식재료 속에 미세하게 녹아 들어 생기는 현상이다.
CO₂는 수분과 반응해 약한 산성 상태(H₂CO₃)를 만들며, 이는 김치의 산미를 더해준다.
이 반응은 매우 미세하지만, 인간의 미각은 산도 변화를 민감하게 감지하기 때문에 숙성 중기 김치에서 상쾌한 톡 쏘는 맛이 강조된다.
또한 발효가 활발할수록 김치 내부에는 미세한 기포(가스 포켓)가 생기는데, 이는 야채 조직 사이를 벌려 식감에 미묘한 영향을 준다.
이를 ‘아삭함이 살아있는 김치’로 느끼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가스 생성이 과도하거나 저장 온도가 높아서 산 발효가 급격하게 진행되면 기포가 크게 형성되고 조직이 물러지기 쉽다.
즉, 김치의 아삭함은 발효 속도, 가스 생성량, 산도 변화의 균형 속에서 유지된다.
이처럼 CO₂는 단순 부산물이 아니라 김치 맛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장류 발효에서 나타나는 미세 가스와 향미 형성
된장, 고추장, 청국장 같은 전통 장류에서도 미생물 활동은 꾸준히 진행되며 소량의 가스가 생성된다.
장류는 김치처럼 기포가 크게 보이지는 않지만, 내부 미생물이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분해하면서 미세한 CO₂와 질소 기반 휘발성 화합물을 방출한다.
이 반응은 장류 특유의 향을 형성하는 데 핵심적이다.
된장에서는 아미노산 분해 효소가 작용해 글루탐산·알라닌 등 감칠맛 성분이 증가하며, 이 과정에서 암모니아계 휘발성 아민도 소량 발생한다.
이는 불쾌한 냄새와는 다르게 숙성 초기의 독특한 향을 형성하며, 시간이 지나면 다른 발효 향과 결합되어 조화로운 풍미가 된다.
고추장 역시 당 발효로 인한 미세한 CO₂ 생성과 함께, 간장균·효모의 활동으로 에스터류 향미 물질이 만들어져 은은한 단향을 형성한다.
즉, 보이지는 않지만 장류 속에서도 가스 생성과 화학 반응이 향미를 이끄는 숨은 조력자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가스 발생이 음식 안전성과 품질에 미치는 영향
가스 생성은 정상적인 발효의 결과지만, 음식 안전성 판단에도 중요한 단서가 된다.
김치나 장류에서 정상 발효로 생성된 CO₂는 적절한 산도와 향과 함께 나타난다.
하지만 이상 발효나 부패균 활동이 개입하면 황화수소(H₂S), 부패성 아민류, 이소발레르산 등 불쾌한 냄새를 동반한 가스가 생성되며 이는 품질 저하 또는 부패의 신호가 된다.
또한 지나친 가스 축적은 저장 용기도 변형시키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항아리나 옹기에 저장한 것은 매우 과학적인 선택이었다.
옹기의 미세한 숨구멍은 CO₂ 등 가스가 자연스럽게 빠져나가는 통기성을 제공해 발효 균형을 유지해준다.
현대 김치냉장고 또한 발효 단계별로 온도를 조절해 가스 분출 속도를 안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가스는 단순한 부산물이 아니라 발효 상태, 맛, 안전성을 모두 판별하는 중요한 지표다.
![[재미있는 과학] 전통 음식 발효 시 발생하는 가스와 화학 반응](https://blog.kakaocdn.net/dna/cJYZ1L/dJMcaaXXuJH/AAAAAAAAAAAAAAAAAAAAAM0iS7nYpNzrGcEFxQH2M3KYDfHuIdAzZAI9N8OBeVhx/img.pn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671931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AdHZgE6Fub4cEA3aBgaZjOn1I4E%3D)
전통 발효 식품에서 일어나는 가스 반응의 현대적 이해
오늘날 식품과학에서는 전통 발효 과정의 가스 생성 패턴을 활용해 숙성 정도를 정량적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김치 속 CO₂ 농도 변화는 숙성 단계 추정, 산도 예측, 맛 균형 결정 등에 활용 가능하며, 장류에서도 휘발성 가스의 조성 분석으로 품질과 숙성도를 판단한다.
이러한 기술은 전통적 경험을 현대 과학이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전통 음식에서의 가스 생성은 단순한 화학 반응이 아니라 맛·향·식감·품질·안전성을 모두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미생물이 살아 움직이며 만들어내는 이 가스는 자연적 숙성의 신호이며, 동시에 음식이 가진 생명력을 보여준다.
전통 발효 음식이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도 바로 이 과학적 원리와 자연의 조화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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