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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속의 과학

[재미있는 과학] 떡 만들기와 전분 변성의 과학

by astronaut-world 2025. 11. 25.

찹쌀·멥쌀 전분 구조와 떡 식감의 출발점

떡의 식감과 탄성은 단순히 쌀을 찌고 치대는 방식의 차이가 아니라, 전분 입자가 어떻게 변성되는지에 의해 결정된다.

쌀 전분은 크게 아밀로스(amylose)아밀로펙틴(amylopectin)이라는 두 주요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멥쌀은 아밀로스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찰기를 덜 갖고 단단한 식감이 나며, 반대로 찹쌀은 아밀로펙틴 함량이 높아 부드럽고 쫀득한 떡을 만드는 데 유리하다.

전분 입자는 기본적으로 결정성 구조를 가지는데, 열과 수분이 공급되면 이 구조가 느슨해지고 내부 분자가 물을 흡수하면서 팽창한다.

이러한 변화가 떡의 탄성과 부드러움을 만드는 핵심 요소다.

전분의 구조적 차이는 떡 종류에 따라 식감이 다양하게 나타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가래떡은 멥쌀 전분의 특성상 단단하면서도 담백한 맛을 갖는 반면, 인절미나 찹쌀떡은 아밀로펙틴의 네트워크 구조 덕분에 찐득하고 탄력적인 식감을 형성한다.

이처럼 쌀의 분자 구조는 떡의 품질을 결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과학적 기반이다.

 

떡 찌기 과정에서 일어나는 전분 호화 반응

떡 만들기의 핵심 과정인 ‘찐다’는 단계는 곧 전분의 호화(gelatinization)가 일어나는 순간이다.

전분 입자는 60~70°C 정도에 도달하면 내부 결정 구조가 붕괴되며 수분을 흡수하고 팽윤한다.

이 과정에서 전분 분자 사이의 수소 결합이 약해지고 물 분자와 새로운 결합이 형성되는데, 이것이 바로 떡 특유의 찰기와 부드러움을 만드는 출발점이다.

전분이 충분히 호화되면 입자가 액체 속에서 풀어져 젤 네트워크를 이루고, 떡이 차가워질 때 이 네트워크가 굳어져 형태를 유지하게 된다.

이때 수분이 얼마나 잘 유지되느냐가 떡의 식감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찌는 과정에서 수분 공급과 증기 순환은 매우 중요하다.

쌀가루의 입자 크기 역시 호화 속도에 영향을 주는데, 고운 입자는 수분 흡수율이 높아 부드럽고 균일한 떡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치대기와 뭉치기에서 일어나는 전분 재배열

찐 쌀을 치대고 두드리는 과정은 단순한 전통적 동작이 아니라 전분 분자가 재배열되며 새로운 구조를 형성하는 중요한 단계다.

이 과정에서 아밀로펙틴의 가지 구조는 서로 얽히고 연결되며 점탄성이 높은 망상 구조(network)를 만들게 된다.

이 구조가 충분히 형성되면 떡은 탄성과 쫀득함을 갖추게 되며, 특히 인절미나 절편 같은 떡에서 이 단계는 식감을 좌우한다.

치대기가 충분하지 않으면 전분 입자 사이의 결합이 약해져 떡이 부서지거나 쉽게 굳는 현상이 나타난다.

반대로 과도하게 치대면 필요 이상의 수분이 빠져나가 표면이 거칠어지거나 조직이 단단해질 수 있다.

즉, 전분 분자의 재배열 속도와 결합 정도를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 맛있는 떡의 비결이며, 이는 전통 방식이 오랜 경험 끝에 얻어낸 과학적 균형이다.

[재미있는 과학] 떡 만들기와 전분 변성의 과학

 

식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전분 노화(회복)

떡이 식으면서 나타나는 가장 흥미로운 과학적 변화는 바로 전분의 노화(retrogradation)다.

노화란 호화된 전분이 다시 서서히 결정을 형성하며 굳어지는 과정으로, 떡이 식을수록 단단해지고 푸석해지는 현상의 주범이다.

아밀로스는 노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멥쌀 떡은 하루만 지나도 쉽게 딱딱해진다.

반면 아밀로펙틴은 노화 속도가 느려 찹쌀떡은 상대적으로 더 오래 부드러운 상태를 유지한다.

노화 과정은 온도에 크게 영향을 받는데, 냉장 보관 시 전분 분자들이 규칙적으로 다시 정렬되기 쉬워 노화가 더욱 빠르게 진행된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떡은 상온 보관 혹은 냉동 보관을 선호한다.

냉동 상태에서는 분자 활동이 최소화되어 결정 구조 형성이 억제되고, 해동하면 다시 호화 상태와 비슷한 질감을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분 노화 반응 이해는 떡의 보관, 유통, 재가열 방식을 결정하는 과학적 기준이 된다.

 

재가열 시 전분의 되호화 과정과 떡 복원 원리

굳은 떡을 전자레인지나 찜기에 다시 가열했을 때 부드러움이 돌아오는 이유 역시 전분의 되호화(re-gelatinization) 덕분이다.

일정 온도 이상에서 열과 수분이 공급되면 노화된 전분의 결정 구조가 다시 풀리고, 전분 분자가 재정렬되면서 원래의 탄력과 부드러움이 어느 정도 복원된다.

이때 수분 공급이 매우 중요하며, 쪄서 재가열했을 때 떡이 더 맛있게 살아나는 이유는 바로 수분이 고르게 재흡수되기 때문이다.

단, 되호화는 완벽한 복원은 아니며 전분 분자 구조가 여러 번 반복적으로 해체·재조립되면 점차 탄성이 떨어지게 된다.

이 때문에 떡이 여러 차례 재가열을 거치면 원래의 식감을 잃게 되는 것이다.

결국 떡의 식감 유지와 복원은 전분 변성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조절하느냐에 달려 있는 과학적 과정이다.